[민경철의 법률톡톡] 마약 사범이 급증한 원인과 대책

담당자 2023-09-04 14:55





한국은 과거 몇십 년간 마약에 관한 한 가장 안전한 나라로 여겨졌고 마약 사범이 다른 나라에 비해 희소했다. 그러나 요즘 실무에서 마약 사건을 접하다 보면 마약범죄의 실태와 심각성을 뚜렷이 체감할 수 있다. 마약범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암수 범죄가 훨씬 많아서 실제 범죄율은 검거된 인원의 3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마약 사범이 급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는 마약을 제조하는 시설이 없어서 모두 외국에서 반입되는데, 밀수한 마약류를 한국에서 팔면 10배가량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또한 한국은 국제 마약 조직의 주요 수익원으로 인식돼 국내 유입과 유통이 증가하면서 단가가 많이 낮아져 대중의 일상에 깊이 침투했다. 한국의 마약 청정국 이미지로 한국발 화물은 안전하다는 선입견에 국제 마약 밀반입을 위한 중간 경유지로 빈번히 쓰이고 있다.

유통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철저한 비밀 거래로 특정 루트를 통해서만 약물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누구나 쉽게 구매하면서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쉬워졌다. 유통경로의 다변화로 특송화물, 국제우편을 통한 해외직구로 밀반입하는 예도 많다.

수요자는 딥웹이나 다크웹의 판매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가상화폐를 이용해 구매한다. 돈이 입금되면 판매자가 좌표를 알려주고 구매자가 지정된 장소로 찾아가 수거한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지 않고 비대면 거래로 점조직화되면서 추적이 예전보다 쉽지 않다.

이처럼 단가 하락과 온라인을 통한 접근성 증가가 범죄 급증의 주요 원인이다. 제조공법에 따라 무한대로 신종마약을 만들면서 처벌의 공백을 이용해 법적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

마약은 직접 뇌에 작용하여 판단력, 현실지각력을 손상해서 이상행동을 초래하고, 2차적으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교통 범죄 등 타인의 생명, 신체를 해하는 강력범죄로 이어져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더 나아가 3차적으로 불법 촬영물 유포 같은 영구적 피해를 남기는 범죄로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폭력조직이나 국제 범죄조직의 개입으로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다른 범죄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마약범죄는 중독 질환의 일종으로 치료적 관점이 강조됐다. 수사 기관과 법원도 사회적 공감대를 무시할 수 없어서 처벌보다는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등 선처를 베풀면서 기회를 주는 일이 많았다. 이에 가치판단의 혼란이 생기면서 마약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졌다. 마약이 범죄라는 인식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약해지면서 구매자 연령도 낮아져서 20대 사범이 가장 많고 10대 사범이 급격히 증가했다.

마약범죄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마약 공급 사범에게는 처벌 정책을 강화하고 사회적 유통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단순 투약 사범에게는 처벌과 더불어 예방, 치료, 재활, 사회 복귀 프로그램의 체계화를 통해서 중독치료와 재활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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